몸살부터 시작된 코로나
그간 임신부터 출산기까지 코로나의 위협으로부터 잘도 피해 다녔는데 성탄절 준비하느라 쉬는 시간 없이 무리를 좀 했더니 몸살기운이 있었다. 주일예배를 겨우 드리고 점심을 먹은 후 남편과 아이만 오후예배를 보내고 혼자 끙끙 앓다가 열이 오르는 것 같아 설마 하고 자가키트를 해봤더니 땋!
15분 기다릴 필요도 없이 쭈욱 흡수되면서 빨간 줄이 땋!
이게 대조선이었나? 했는데 두줄이었다! (임테기였으면 좋았을걸)
갑자기 시작된 (의미 없는) 가족분리
두줄 소식을 들은 남편은 같이 예배드리던 친정 엄마께 말씀을 드렸고, 오후예배에 고모 품에 잠들었던 아이는 예배가 끝난 후 깨어보니 엄마가 없다고 울고 있었다. 엄마가 아프니 친정엄마는 아이를 돌봐주시겠다고 했고, 남편은 아이 짐을 챙겨 친정집에 맡기고 돌아왔다. 어차피 점심을 같이 나눠 먹었으니, 코로나 증상이 언제 가족들에게 발현되느냐가 관건이었다.
아이 없이 자는 밤.
몇 년 만에 혼자 편하게 잤는지.. 아직 수면분리를 못한 아이를 껴안고 자다가 혼자 자려니 처음엔 어색했지만 곧 너무 편했다. 마음껏 팔을 휘두르고, 마음껏 몸을 돌려 잘 수 있었다.
코로나 양성 확진받기
다음 날 서울의료원 호흡기 안심진료소에 자가키트를 가지고 갔지만 대기하고, 문진표도 작성해야만 검사를 할 수 있었다.
신속항원으로 해야 할지, PCR로 해야할지 고민이었는데 빼박 확진이라는 생각에 바로 결과를 볼 수 있는 신속항원으로 신청했다.
같이 간 남편은 신속항원을 했지만 음성이 나왔고, 나는 자가키트처럼 기다릴 필요도 없이 두줄이 나왔다.
결과 확인 후 약처방을 받고 집으로 돌아왔고, 남편은 출근을 했다.
검사 및 진료비 11,000원. (22.12.26 기준)
보건소에서 자가격리하라는 문자가 왔고, 보건소 직원이 전화를 해서 가족끼리도 잘 격리하라고 이야기해 주었다.
자가격리일은 자가키트한 날이 아니라 신속항원 검사한 월요일(검체 채취일)부터 7일을 계산했다.
코로나 초기증상은 약빨로
몸살과 오한은 약을 때려 넣자 사그라들었다.
아이가 있었으면 하지 못했을, 어린이집 보내면 하려고 했던
연말결산을 약기운에 차린 정신으로 후다닥 했다.
아이가 확진이 되면 집으로 데려와야 하니..
이틀을 아이 없이 지냈고, 월요일 저녁에 친정에 연락해보니 아이가 미열이 있었다고 했다. 남편도 계속 기침이 심해지고 있었다.
확진자 동거인은 보건소에서 무료로 PCR검사를 받을 수 있다고 문자가 왔다(확진자 문자에서 동거인 등록을 해야 함)
화요일에 남편이 아이를 데리고 PCR 검사를 한 후 아이는 다시 친정에, 남편은 출근을 했다. 다음날 두 사람 모두 확진.
자가격리 중 아이 데리고 오기
수요일 오전 확진 문자가 왔고 남편은 몸살과 오한이 시작되었다. 운전을 할 수 없는 상태의 남편을 보낼 수가 없어서 보건소에 문의를 하고 싶었다. 보건소 재택치료 담당부서에 연락했더니 시간은 8:30이라 120 다산 콜센터로 연결이 되었다. 9시 이후에 연락하라는 답을 듣고 끊었는데 야간업무처 확인이 되었다고 문자안내를 해주었다. 야간업무처로 급하게 전화를 해서 상황이 이러이러한데 자가격리 중인 내가 자차로 아이를 데리러 외출해도 되는지 문의했더니, 상황이 어쩔 수 없으니 다른 사람과 만나지 않도록 조심해서 다녀오라고 했다. 그래서 드디어 아이를 데리고 왔고, 남편은 걸어서 서울의료원 호흡기 전담센터로 향했다. 둘 다 PCR 양성 문자를 받았기에 특별한 검사 없이 진료만 받고 약 처방을 받을 수 있었다. 아이는 소아과 과장님이 오실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추운 날씨에 아이가 밖에서 기다리지 않도록, 차에서 대기하고 전화로 안내받을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다.
냄새가 안 나
지인이 집으로 120겹 파이를 보내주었다. 맛있을 것 같다고 기대하고 한입 물었는데 아무 맛이 안 났다. 질감만 느껴지고 희미하게 기름 쩔은 냄새가 났다. 냉장고에 있는 재료들로 점심을 차려먹으려고 했는데, 이게 먹어도 되는 건지 냄새로 확인할 수도 없었고, 맛도 느껴지지 않아서 적당히 먹었다. 그리고 무언가 탈이 났는지 남편과 나는 배가 아파 화장실을 가게 되었다.
냄새가 안 느껴지니 좋은 점이 있었다. 안 씻은 내 몸의 체취, 머리냄새, 아이의 방귀냄새, 남편의 발냄새, 남편의 아저씨냄새 등등 일상적으로 나를 불쾌하게 하던 냄새들을 느끼지 못하니 불쾌감이 사라졌다. 대신 음식을 분별할 수 없고, 내가 씻어야 하는 상태인지, 옷을 빨아야 하는 상태인지 확인이 불가능한 게 단점이었다. 생각보다 나는 일상에서 후각을 많이 사용하고 있었다.
격리가 끝날 때 즈음 코에서 희한한 냄새가 났다. 염증냄새 같기도 하고 남편은 피비린내 같다고 했다. 후각이 둔한 남편이 집에서 냄새가 날만한 것들을 치우기 시작했다. 음식도 먹다가 남아 하루 지난 것은 치워버렸다.
밥을 먹을 때 맛이 안 느껴지니 의무적으로 먹고 양이 차면 그만 먹고 남기게 되었다. 그렇게 식사량이 줄어갔다.
2kg씩 빠지다
약을 먹기 위해 의무적으로 먹은 식사. 적당량만 먹고, 몸은 회복하느라 애쓰다 보니 남편과 나 모두 2kg씩 체중이 줄었다. 다행히 아이는 체중이 안 줄었다고 좋아했는데.... 응가를 못하다가 (아마도 엄마가 아파서 긴장하고 있었나 보다.) 대장 길이만큼 응가를 한 날 거의 500g 이상 무게가 줄어있었다. 소아과 선생님이 아셨으면 혼났을 일이다. 그나마 아이의 키가 쑥 컸고, 컨디션이 나 빠보이지 않아서 안심하고 열심히 먹였다.
자가격리가 끝나도 회복되지 않은 후각
후각은 조금씩 돌아오고 있는 것 같다. 남편과 나는 증상이 이틀차이가 나게 회복되고 있다. 나의 자가격리가 끝난 날 아침에 나가 커피를 사 왔다. 커피의 따뜻함과 향이 약간 느껴졌다. 남편과 아이의 자가격리일을 기다렸다가 같이 마트에 다녀온 날. 돈까스 집에서 알밥을 먹었는데 거기서도 기름쩔은 냄새가 나서 불쾌했다. 반면에 남편이 시킨 솥밥은 아주 맛있게 느껴졌다. 마트에서 살까말까 고민했던 딸기..한살림에 들러 유기농딸기를 사왔다. 딸기의 달콤함이 느껴졌다. 남편도 꽤 맛있게 느껴졌는지 자꾸 달라고 했다. (우리 아이는 딸기를 안 좋아한다.)
격리가 끝난 지 4일이 지났다. 아직도 내 후각은 온전하지 않다. 아이의 응가냄새가 희미하게 느껴지기 시작해서 아직 냄새가 안 느껴지는 남편에게 뒤처리를 맡겼다. ㅎㅎ 새로 설치한 미생물 음식쓰레기 처리기에서 음식 상하는 냄새가 너무 심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싱크대 뚜껑을 찾아 닫아버렸다. 불쾌한 냄새는 하나 둘 늘어가는데, 즐겁고 좋은 냄새는 아직 느껴지지 않는 게 너무 많다.
체력 저하
일주일에 2킬로나 빠졌으니, 체력이 아주 바닥이다.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너무 힘들고, 속이 메슥거리고 어지러웠다. 급하게 뭐든 먹고 조금 기운을 차렸다. 어디가 아픈 건가? 왜 그럴까 고민해봤는데 결국 급작스런 체중감소 때문인 것 같다. (자가격리기간에 마법도 찾아왔었다.) 새해에 이것저것 시작하려고 마음먹었던 것들이 할 수 있는 여유에도 불구하고 실행하기 싫었다. 기운이 없으니 실행력도 떨어졌다. 성공을 향해 달리는 첫걸음은 건강이라더니. 새해에 내 건강부터 챙기기로 계획을 수정해야겠다. 미션밴드에서 영양제 챙겨 먹기, 물 마시기 미션밴드에 가입했다. 이렇게 나의 건강을 위해 실행을 하면서 성공을 향한 행동들을 추가해야겠다. 이제 운동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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