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 안 아픈 데가 없는 아이
세 자매 중 첫째인 11살 금쪽이는 응급실 간호사인 엄마와 유소년 스포츠센터 농구 선생님인 아빠와 살고 있습니다. 밝고 해맑은 첫째는 매일 밤마다 몸이 아파 웁니다. 초창기에는 불안으로 시작해서 이제는 통증을 호소하게 되었습니다. 9월에 몸에 벌레가 기어가는 것 같다고 하더니 10월 첫 주에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막히고 목에 뭔가 걸린 것 같다며 죽을 것 같다고 하더니 매일 특정 부위가 아프다고 고통스러워합니다. 1개월 동안 열 군데 이상의 병원을 다니며 모든 검사를 다 해봤지만 검사 결과에는 특별한 소견이 없었습니다. 원인 모를 아픔에 한밤중 응급실을 가기도 합니다. 간호사인 엄마는 뼈가 부러진 것도 아니고, 멀쩡히 생활이 가능하니까 기다리면 나아질 거라고 안심을 시킵니다. 처음에는 소변을 자주 보는 것 같다- 생식기 주변이 아프다 - 머리카락이 들어간 것 같다 라고 통증을 묘사하더니 생식기의 불편함을 자궁으로 표현하기까지 합니다. 금쪽이의 통증은 머리, 갈비뼈, 골반, 무릎, 발목 등 아픈 부위가 매일 바뀌는데 최근에는 자궁과 갈비뼈 쪽이 많이 아프다고 합니다. 금쪽이는 2차 성징이 빨리 와서 성조숙증 호르몬 주사를 맞고 있습니다.
학교에 다녀와서 숙제를 잘 하던 금쪽이는 갑자기 불안을 호소하며 아프다고 흐느껴 웁니다. 담임선생님께 걸려온 전화. 금쪽이는 학교에서도 아팠습니다. 학습 태도도 좋고 공부도 잘하던 아이가 갑자기 힘들어하니 선생님도 걱정이 되어 가정학습이 가능하다고 제안해주십니다. 학교에서는 잘 지내는 줄 알았는데 더 힘들었을 아이를 생각하니, 엄마 아빠는 도움을 줄 수도 없고, 자책하며 미안할 뿐입니다.
처음 증상이 시작되었을 즈음. 금쪽이는 절친과 관계가 틀어졌습니다. 관계 회복을 위해 노력을 했는데 거절을 당해 물거품이 되었습니다. 엄마는 그 사건 외에는 불안이 시작된 일이 없는 것 같습니다.
친구관계에서 시작된 불안과 외로움 그리고 신체화장애
2차 성징이 있을 때 남자아이들은 음경 끝이 간지럽다고 합니다. 여자아이들은 젖몽우리가 생기면서 가슴 근처가 아프기도 하고 이상하기도 합니다. 샤워하다가 만졌는데 딱딱한 게 만져지면 아이들은 쉽게 유튜브 검색을 하다가 유방암의 증상으로 오해해서 걱정하게 되기도 합니다. 여자아이들이 생식기 주변 불편함을 보이며 살이 따갑다고 표현하고 나면 6개월 안에 초경을 시작하기도 합니다.
불안은 외부에서 들어오는 자극과 정보 내지는 내부에서 나오는 자극과 정보를 잘 처리해서 안전하게 생존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기전입니다. 금쪽이가 질병에 대한 걱정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질병에 대한 걱정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불안이 높을 때 문제입니다. 어릴 때 이야기를 들어보니 기질적으로 예민한 아이인 것 같습니다. 내외부의 자극을 흘려보내지 못하고 다 받아들이는 타입인 것 같습니다.
신체화장애 라는 것이 있습니다. 정신적인 문제가 신체에 실제 증상으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이 장애는 치료를 해주어야 하는 이상증세인 것입니다. 건강염려증은 일상에서 느끼는 가벼운 증상을 과도한 중병처럼 걱정하는 것이지만, 신체화 장애는 느껴지는 증상 즉 고통이 실제로 현존하는 것입니다. 꾀병과도 다르고 통증이 실제로 느껴지는 것입니다. 신체화 장애 진단의 기준은 1. 최소한 네 군데 이상의 부위에 통증이 있어야 합니다. 2. 두 가지 이상의 소화기 계통 증상이 있어야 합니다. 3. 최소한 한 가지 이상의 생식기 계통 증상이 있어야 합니다.
아이 입장에서는 진짜 증상이 존재하는데 병원에서 객관적인 소견을 들어보면 이상소견이 없다고 하면 안심하는 아이도 있고 의사를 불신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신체화 장애의 원인으로 불안이나 우울감이 작용하기도 하나 금쪽이는 심각한 우울증세를 보이진 않기 때문에 우울증이 원인은 아닙니다. 신체화장애는 치료하기 쉽지 않습니다. 지금 잘 치료해주지 않으면 성인이 되어서 더 큰 고통에 시달리다가 극단적인 생각을 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금쪽이는 대인관계를 살펴보니 청소년기는 어릴 때에 비해 밀착되고 깊어집니다. 어릴 땐 그저 해맑다가 청소년기에는 감정이 정교해지고 복잡 미묘해집니다. 그런 면에서 금쪽이는 항상 긴장되어있었는데 친구와의 마찰로 아이가 예민해진 것 같습니다. 이제까지는 금쪽이가 불안이 높을 때 습득을 하거나 노력하는 것으로 해결을 했는데 인간관계는 습득과 노력으로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친구와의 마찰이 굉장히 불안을 유발하는 요소가 되어 외로움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불안과 외로움이란 낯선 감정이 감정으로 표현되지 않고 통증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이 증상들이 다 감정의 언어라고 생각하셔야 합니다.
Don't Worry 솔루션
증상을 정확하게 설명하는 전문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신체화 장애 치료에서 중요한 것은 의료진과 신뢰관계 형성입니다. 신체 증상을 호소할 때 심리를 존중하고 이해해주어 신뢰감을 형성합니다. 이러한 신뢰 관계를 통해 치료적 동맹을 맺은 후, 증상과 치료에 대해 잘 설명하고 교육시켜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불안을 낮추고 안심시켜줍니다. 부모님도 검사의 한계와 기간을 분명하게 제시하고 제한을 두어야 합니다. 증상이 있을 때마다 병원 응급실에 가서 검사를 하게 되면, 인생을 살아나가는데 오는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에도 무의식적으로 같은 방법을 쓰게 될 것입니다.
2차 성징이 시작된 금쪽이에게 몸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대비하고 교육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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